푸른 시절 / 정기모


푸르게 예쁘던 시절
나는 한 번도
구름이 되거나
바람이 되어 보겠다는
꽃들의 생각을 훔쳐 본 적 없어요

 

오월의 찬란했던 몸살을 덥고
헛디뎌온 세월의 길이만큼
구름이거나
바람이 되어볼 요량은 더 없었고
다만 졸졸거리는 냇가에
밤이면 찾아들 반딧불이 기다려
고운 꿈 하나 접어보고 싶었지요

 

기다림으로 가는 이 길이
오래전 접었던 그리움이라면
잊었던 추억이 명치끝 멍울이라면
다시 까치발 들어
구름의 노래나
바람의 노래쯤은 들어도 되겠지요

 

푸른 시절에
저만치 묻어둔 꿈들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