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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수 : 1022
    2017.04.25 (21:03:48)
    도서명: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가을을 재촉하는 밤 소나기 소리에 자다가 깼다. 개울가에는 벌써부터 울긋불긋 잎이 물들기 시작이다. 물가의 차가운 기운 때문에 산중턱보다 일찍 단풍이 든다.

       양철지붕에 비 쏟아지는 소리는 너무 시끄럽다. 지붕의 자재로 양철(함석)은 부적합하다. 그러나 운반하기 쉽고 그 값이 다른 것에 비해 헐하기 때문에 이 고장에서는 거의 양철을 쓰고 있다. 이 오두막의 분위기로 봐서는, 소나무 토막을 쪼개서 이은 너와가 제격일 것이지만 기와에 덮인 지붕이라 그대로 이고 있다.

       오며 가며 눈에 띄는 수많은 집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조그마한 오두막이다. 산자락에 단아하고 조촐하게 자리 잡은 그런 집을 보면, 그 어떤 집보다도 호감이 간다.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인품 같은 것을 헤아리게 된다.

       집은 본래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해서 지은 건축물인데, 필요 이상으로 크고 넓게, 그리고 호사스럽게 세우는 것이 요즘의 경향이다. 기껏해야 네댓 사람이 몸담아 살아갈 집인데, 그 많은 건축 자재와 거액을 들여 개인의 주택을 짓고 있는 일은 우리 같은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도시나 시골을 가릴 것 없이 그 둘레와의 조화를 무시한 살풍경하고 반자연적인 건축물은 이 시대의 괴물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에 지어진 집들은 집 자체가 숨을 쉴 수 없도록 쇠붙이와 콘크리트와 합성수지와 유리로 감싸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정상적인 숨을 쉴 수 없어 온갖 질병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집트 출신으로 영국에서 건축을 공부한 세계적인 흙 건축가인 하산 파디는, 노벨상에 버금가는 스웨덴의 '바른 생활상' 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신은 식물과 동물 세계로 둘러싸인 자연 속에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도시에는 아스팔트와 철, 알루미늄, 콘크리트밖에 없다. 우주의 기운(방사선)을 고려할 때 우리 주위를 둘러 쌀 수 있는 가장 좋은 물질은 나무이며, 가장 나쁜 것은 이로운 기운을 차단하는 콘크리트다.

    물은 달에서 오는 우주선宇宙線에 영향을 받는데, 우리 몸은 거의 물로 되어 있으므로 역시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없다. 현대인은 이런 우주적인 의식을 잃어버렸다."

       하산 파디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건축물은 진흙 벽돌집이다.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기상 조건에 따라 내부의 온도 변화가 심한데, 진흙 벽돌집의 내부 온도는 하루 24시간 동안 섭씨 2도 이상 변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어쩌다 시골에 남아 있는 초가에 토담집을 만나면 나는 옛 고향집이라도 보듯 너무 반갑다. 초가와 토담집을 마치 가난의 상징처럼 생각하고 모조리 헐어 버린 군대식 새마을운동의 폐해로 인해 우리는 아름답고 좋은 우리 것을 많이 잃어버렸다.

       옛 우리 조상들은 집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려고 하였다. 고산孤山 윤선도는 이렇게 노래한다.

    산수간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든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분인가 하노라.

       어리고 향암이란 어리석고 촌스럽다는 뜻인데, 세상 물정에 어둡고 촌스런 자신의 분수에는 산과 물이 있는 바위아래 얽어놓은 초막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가난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과 일체감을 이루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경지다.

       옛 사람들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도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삶의 운치인 풍류를 즐길 줄 알았다. 가난한 생활 가운데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도를 즐겼던 것이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 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강과 산은 들여놓을 데가 없으니 병풍처럼 둘러두고 보겠다니, 이 얼마나 멋진 풍류인가. 옛 선비들의 맑은 가난의 모습이, 모든 것이 넘치는 요즘에는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이반 일리치는 마하트마 간디가 살았던 오두막(아슈람)을 방문하고 나서 이런 글을 남겼다.

    "내게는 두 가지가 크게 감명적이었다. 하나는 그 정신적인 면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쾌적함이었다. 나는 오두막을 지을 때의 간디의 관점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내게는 그 집의 단순성과 아름다움과 청결함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간디의 오두막은 모든 사람과의 사랑과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간디는 그 자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은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우리의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온갖 풍요 속에서도 얼마나 궁핍하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이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고 한 옛말은, 기쁨을 찾는 가장 오묘한 방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넌지시 깨우쳐 주고 있다. 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은, 가능한 한 필요를 적게 하는 데 있을 것 같다. 적을수록 더욱 귀하니까.

    <95 .10>
    글출처 :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법정스님, 샘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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