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듣는다 / 양현근


오르기가 참으로 힘들고 가파르지만

정녕 마음준 사람들이 살아 아름다운

이 세상 거친 손 맞잡으면 넉넉한 웃음이 되어

쓸쓸한 길이라도 같이 거닐어 작은 인연 작은 사랑으로도

빛밝은 등불이 되어 저녁연기 잦아드는 강가에서

강심처럼 부풀은 그리움을 풀초롱 사연을 오래도록 얘기하고 싶었네

우리 슬픈 손금 사이 사계절을 늘푸른 나무로 서서

하냥 짓밟혀도 불끈 일어서는 독새풀처럼 억새풀처럼 살고자 했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흐릿한 바램으로

빛고운 날들이 저만치 지나가고 그립다 할 수 없어

가까이 갈 수는 더 더욱 없어 노오란 가슴 가득 너를 듣는다

느낌표 같은 발자국만 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