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낙서(落書)

寂 明 김 용 희

뜨겁게 불사르던 내 가슴속
몹시도 힘들었던 지난 기억들
초록으로 물들였던 그리움과 추억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한 줌 주어서
못내 아쉬움만 뒤로 남긴 채
쓸쓸한 그 길을 홀로 걷는 사람아
길가 모퉁이에 코스모스 하나 취해
스르르 돌려보며 지난날 그려 보네

뜨겁던 지난여름 갈망을 한들
떠나간 그 시절 오시긴 힘들고
들녘엔 누렇게 벼는 익어 가지만
이 마음 공허함은 어찌합니까

마음 한 모퉁이 갈림 점에서
도랑물에 발 담그고 허공을 보며
중추[仲秋]의 한나절을 보내고 싶은
그 사람 이름은 가을 나그네
글 한 수로 세월 속에 묻혀나 보려고
지금도 그 자리에 맴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