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띄우는 편지 - 글 허순성



    이 가을엔
    마음껏 아파하며 그리워하렵니다.
    눈 감아도 빨려드는 파아란 하늘에 올라
    편지를 쓸겁니다.

    나에게서 떠난
    떠나보낸 눈물에게도 보내렵니다.
    그 눈물
    머리숙여 두 손으로 돌려 받으렵니다.

    이제사 함께 못가는 길임을
    그러해야만 하였던 숙명
    이제 부끄러워하며 거두렵니다.

    하얀 햇살에게도 보내렵니다.
    포근히 품지 못하고 시리게 하였던 시간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시리고나 있는지
    아니면 하얀 햇살에 환한 미소는 언제나인지

    코스모스에게도 보낼겁니다.
    나란히 앉아 심었던 약속은
    이제는 아득하여 무엇으로 자라기는 하는지
    그로인한 아픔은 지워젔는지

    낙엽에게도 보내야지요.
    머리에 떨어진 잎새 두손에 올려놓아
    "이렇게 이쁘게 단장하고 돌아가는 낙엽이 되자
    먼 길 함께가자" 며 아프게 잡았던 두 손
    모두가 부질없이 덧없이 흘러갔노라고

    그리고 끝으로
    소슬바람에게 보낼겁니다.
    가슴앓이 우리 모두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 가을 가기전 깊은 잠 오기전에
    머리맡에 풀어 놓아 다 들려 달라고

    이렇게 이 가을엔
    혹시나
    잊지않고 보내올지도 모를 이들의 답신을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으로 돌아가
    기다리며
    그리워하며
    마음껏 아파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