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불에도 향기가 있다 ▲ 
 
 
 풀잎은 왜 나는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존재냐고 투정하지 않았다. 
 풀잎은 왜 나한테는 꽃을 얹어 주지 
 않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기는 하였지만
 이슬방울 목걸이에 감사하였다.
 때로는 길 잃은 어린 풀무치의 
 여인숙이 되어 주는 것에 만족하였다.
 
 가을이 오자 풀잎은 노오랗게 시들었다.
 그리고 실낱 같은 미미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검불이 된 풀잎은 기도하였다.
 "비록 힘 한낱 없는 저입니다만 아직 
 쓰일 데가 있으면 쓰여지게 하소서"
 
 어느 날, 산새가 날아와서 검불을 물어 갔다.
 산새는 물어 간 검불을 둥지를 짓는 데 썼다. 
 그리고 거기에 알을 낳았다.
 
 산바람이 흐르면서 검불의 향기를 실어 갔다.
 무지개에까지...              -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