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C9F4E4D4CC8C8153809 중년의 갈증

1
처음부터, 나도 모르는 
신과의 약속이 있다면 
그 약속을 어기고 싶다면 어찌할텐가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고 
'미안해' 라는 한마디로.. 
그렇게 얼버무리고 싶다면 어찌할텐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싫다기보다 두려워질 때 
한 몇년만이라도 시간을 붙잡아 놓고 
젊음을 연장하고 싶다면 
신은 어떤 죄목으로 나를 재판할 것인가 
  
2
중년의 나이로 살다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외로움에 
잠을 깨고, 다시는 잠을 이루지 못하여 
몇번이고 자신을 쓸어내려야 할 때 
무작정 달려온 가쁜 숨결은 하얗게 누워 
사랑도 자라지 못할 빈 들판같고 
빈 들판의 바람같고 
그 바람의 낙엽같고 
그 낙엽이 흙이 되고 잎이 될 동안 
헐벗어 홀로 선 나무같다 

3
이제는 흉내조차도 낼 수 없는 
겁없이 걸어온 용기가 기특하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하늘을 받히고 섰으면 그만이었지 
그맘땐 하늘도 가벼웠고 
땅도 힘차게 밟고 섰으면 
발 아래에서 무게를 잃고 말았지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내 평생의 지금은 과연 어디쯤인가 
바라보는 것마다 생각은 많고 
바라보는 곳마다 점점 먼 것들 

4
우리는 어디를 걸어가든 
저녁으로 향하는 길을 가고 
그 뜻과 그 하루의 끝에서 
우리가 낮동안 썼던 긴 이야기는 
결국 저마다 한권의 자서전이 되어 
기쁨과 슬픔과 그리고 나머지 것들이 
정직과 거짓과 그 속의 모순에도 
마지막 한줄을 쓰고 
새로운 어딘가를 떠나야 할 때 
그곳에서도 그리워하며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별 하나 간직하고 갈 일이다

詩 / 이채


♪ Promise To Your Heart - Back To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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