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열다섯 살 많은 선배가 있습니다. 언제나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세상을 가꾸어가는 예술가지요.

최근 그분을 만났을 때 눈에 띄게 밝아지고 경쾌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었어요?"

 

    질문에 선배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궅힌 예술가이면서도 선배는 지금까지 늘 주눅이 들어 살아왔다는 고백을 햇습니다. 선배의 가족들이 무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이어서 늘 자신만처지는 것 같은 열등감을 안고 살아왔다고.

이상하게도 선배의 주변에는 너무 잘난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왜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느날 선배는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랐습니다. 산길을 한 시간쯤 걸었을 때 '왜 나는 그동안 남의 잣대로 내 인생을 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합니다. 내가 원하는 '내 삶'을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건 어떻게 성공했건 주눅들 필요가 없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주눅들어 살았을까 싶었다고 합니다.

 

   산책에서 돌아오자 마자 선배는 거울을 보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잘 살아온 거야. 정말 후회 없이 기특하게 살아온 거야."

 

   잘것없는 삶이 아니라 꽉 찬 삶을 살아왔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늘 골방에 있던 것 같던 구겨진 마음이 활짝 펴지고 환해지더라고 선배는 말했습니다.

 

   때까지 저는 그 선배와 '보잘것없는 삶'을 한 번도 연결시켜본 적이 없었습니다. 참 겸손하고 조용한 분이었습니다. 또한 자기 삶을 알뜰하게 잘 가꾸면서 무엇을 배워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썼던 분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시 남의 잣대로 자신의 삶을 재고 있지는 않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을 남의 잣대, 남의 눈금으로 재면서 부질없이 주눅 들거나 위축되어 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똑똑하고 당차서 열등감 따위는 전혀 없으리라 생각되는 사람들조차 그런 감정에 시달리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녁은 내가 나를 격려하는 시간입니다. 나는 내 삶을 알차게 채워가는 시간의 재단사라는 생각, 다른 누구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는 믿음, 그런 것들로 우리의 저녁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글 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 나무생각) 中에서.....

 

 

Diala / Elias Rahb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