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에서 / 정기모 자작나무 잎들이 내려앉는 뜨락에 어디서 날아와 몸을 풀었는지 보랏빛 들국화 가만히 아침을 열면 아직도 낯 붉힐 일 남았는지 붉게 번져 오르다 잦아드는 목 언저리가 간지럽다 너의 세월에 경배한다기보다는 나의 세월을 더 단단히 여미는 베고 누운 가을 언저리가 쓸쓸하고 까닭 없이 눈시울 시큰거리면 그래 그렇게 낙엽처럼 가만히 엎드려 참으로 오랫동안 울어 볼 일이었다 하늘 밑 이리도 아름다운 계절에 여전히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을 위하여 이 가을 끝자락에 서서 마른 나뭇잎 향기 같은 인사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