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의 약속 / 정기모


가슴 가득 차오르던 네가 그리운 날 
먼 길을 따라 바람의 길을 따라
짧은 햇살에 등을 맡기며 걷던 길에
첫눈 하얗게 내리면 어쩌니

고이 접은 첫사랑의 약속처럼
그리움 눈물로 접던 시간처럼
살가운 바람의 등을 잡고 
첫눈 하얗게 내리면 어쩌니

수없는 날들을 널 호명했는데
넌 감추어진 푸른 미소였는데
발자국 나란히 남겨진 먼 길에
첫눈 하얗게 내리면 어쩌니

마른 단풍잎은 발끝에 머물고
너와 나의 약속인 첫눈이 내려
그렁그렁 눈물 차오르는
첫눈 하얗게 내리면 어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