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계절입니다 / 정기모


찔레꽃 하얗게 지던 날
노을빛 붉었었나
알싸한 향기 목 언저리 남았는데
그립다는 말 아득히 전하지 못하고
찔레꽃 하얗게 지고 말았습니다


꽃들의 시절입니다
청보리밭 지나 걷던 길에
그리움 닮은 그림자 가지런해서
가슴 가득 차오르는 사람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는 장미를 보다가
어느 쪽에선가 날 호명할 것 같아
걷던 걸음 점점 느려진 적 있습니다


새벽 안개 자욱한 길목에서
텅 빈 가슴을 채우고 돌아서도
아직도 그리운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살아가는 길위에
꽃들을 심고 피워내는 동안
향기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저물녘 산사의 풍경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