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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주정/정철호
    
    
    잘 하지도 못하는 술을 한 잔 하자는 친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 못하고
    그저 잔을 채워주기만 합니다.
    어둠처럼 그늘이 진 친구의 얼굴을 보니
    식어버린 안주가 더욱더 차갑습니다.
    술만 주거니 받거니하며 물처럼 흐르는 이 어둠
    저녁 노을처럼 붉어지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끝도 가도 없는 횡설수설이 잔에 어리면
    우리는 내일이라는 기차를 타러 가야합니다.
    새벽이 거리를 나와 기지개를 피는 시간
    우리의 새벽은 아직 오지를 않습니다.
    서로의 등을 굵으며 살아 온 날들 
    차가워진 친구의 손을 내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우리는 또다시 삶의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