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화문에서 지인을 만날 일이 있어서 어디쯤 오는 지 궁금해서 문자를 보냈더니 “지금 고터야”라는 답신이 왔다. 고터? 고터가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하철 노선도에 ‘고터’라는 지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황성옛터도 아니고 고터가 뭐람. 지인을 만나 고터가 뭔지 물어보니 ‘고속터미널’ 이란다. 요즘 젊은이들은 단어를 이렇게 줄여 쓴단다. 심지어 ‘고터’는 이젠 신조어로 쳐주지 않을 정도란다. 나 혼자 나이를 먹어가는 건지, 내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 하는 건지 헷갈리는 세상이다. 

 

각종 신조어들이 인터넷을 넘어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인들의 삶의 태도와 관련된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로, 뉴스나 각종 예능 프로에서 일상적으로 쓰일 정도다. 굳이 신조어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 신조어 사용에 집착하면 오히려 아재 소리 들을 위험이 높다 – 지금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두면 쓸데 있을지도 모를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들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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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ibreakstock​/shutterstock.com) 

 

YOLO

■의미: YOLO라고 쓰고 ‘욜로’라고 읽는 이 단어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를 일컫는다. 욜로는 충동구매와는 많이 다르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이 욜로족의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결혼식을 마친 부부가 전셋집 마련할 비용으로 일 년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들 수 있다.

 

■ 유사한 표현: 7080 세대라면 ‘현재를 즐기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다.

 

■ 관련 사례: 얼마 전 유명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욜로를 소재로 특집 방송을 방영하기도 했다. 멤버들에게 한도를 알려주지 않은 채 ‘욜로 라이프’를 즐기라며 카드를 주고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미리 설정해둔 한도 금액을 초과하는 순간 한 멤버가 나머지 멤버들의 모든 카드 사용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 최종 당첨자(?)가 된 유재석은 “욜로를 잘못해서 골로 갔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결국, 이 방송의 목적은 현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무분별한, 또는 충동적인 소비는 다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워라밸

■의미: ‘일(워크, Work)과 삶(라이프, Life)의 균형(밸런스, Balance)’이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욜로에 비해 좀 더 직장인의 현실이 투영된 라이프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초반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용어로 쓰였지만, 이제 ‘저녁이 있는 삶’,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단순히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퇴근 후 다양한 취미 생활을 추구함으로써 취미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지는 못했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삶의 행복과 만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활용 예

“워라밸이 맞아야 일 할 때 능률도 오르고 행복감도 생기니까 회사도 오래 다닐 수 있는 것 같아”
“## 기업은 연봉은 좋은데 워라밸이 별로라서…”
<[채용] 저희 회사는 워라밸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보육 및 간호 지원, 건강촉진, 교육지원, 장기휴가 제도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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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Vadim Georgiev/shutterstock.com)  

 

잠금

■ 의미: 스마트폰의 ‘락(lock) 모드’가 아니다. ‘잠자는 금요일’의 약자로, ‘불금’과 유사한 형태의 반대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일주일 내내 바삐 사느라 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다음 날 출근 걱정 없는 금요일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금요일은 밤을 세워 신나게 놀아야만 한다’는 일종의 불금 강박을 떨쳐내는 의지력이 요구된다.

 

■ 활용 예
메신저 프로그램 프로필 한줄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잠금 모드. 톡 확인 불가]  

 

홧김비용

■의미: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소비하는 비용을 가리키는 신조어(‘횟감비용’으로 읽지 않도록 유의하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값에 많은 지출을 한다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평소라면 망설이거나 지나쳤던 피규어나 화장품, 자질구레한 소품 또는 액세서리를 사는 등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소비를 말한다.

홧김비용은 충동구매와 비슷하지만 스트레스의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평소에는 버스나 지하철만 타던 사람이 열 받은 일 때문에 택시를 탄다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안 먹던 사람이 누구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햄버거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에 콜라를 마셔대는 것 등이 홧김비용이다. 아마도 직장인 월급에서 가장 많은 비율로 소비되는 비용이 아닐까? 어느 조사결과에 따르면 20~30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비용을 쓴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홧김비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불필요한 물건 구매하기(25%), 온라인 충동 구매하기(24%), 홧김에 치킨 시키기(19%), 짜증나서 택시타기(15%)의 순이었다.

 

■유사한 표현: 멍청하지 않았으면 안 나갔을 비용을 뜻하는 ‘멍청비용’, 스트레스가 과할 때 사용할지도 모를 비속어 느낌의 속칭 ‘시발비용’ 등도 있다.

 

■활용 예
“오늘 열 받는데 소주나 한 잔 할까?”
“나 오늘 짜증나서 또 피규어 질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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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Rawpixel.com/shutterstock.com)  

 

순삭

■의미: ‘순간 삭제’의 줄임말. 초기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 등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표현으로, 상황에서 댓글을 달자마자 운영자 등에 의해 바로 삭제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현재는 인터넷 쇼핑 시 인기 품목이 금새 품절되거나 인기 공연의 티켓 매진 또는 대학생들의 수강신청이 몰린 과목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활용 예

“주말에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 주말이 순삭됐어.”
“월급은 언제나 들어오자마자 순삭!”​

 

스몸비

■의미: 스몸비(Smombie)는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넋을 놓고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비와 닮았다 해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미 여러 차례 뉴스 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진 표현이다. 세계 곳곳에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최근 미국 하와이주(州) 호놀룰루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시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앞서 안랩은 ‘시큐리티레터 677’호를 통해 전 세계 스몸비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 <도심 한복판에 출현한 스몸비! 혹시 내가?> 자세히 보기 

 

■유사한 표현: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를 몸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은 ‘호모디지투스(Homo Digitus)’도 있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또는 SNS) 앱을 매일 접속하며 이 외에도 블루투스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우리는 이제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호모디지투스로 불리고 있다.

 

■관련 표현: 카페인 우울증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현대인의 심리적 상태를 빗댄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커피와 같은 카페인이 아니라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카페인’이다.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전부 행복하고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만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컬어 카페인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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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Don Pablo/shutterstock.com) 

이 외에도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삶을 빗댄 다양한 신조어들이 있다. 항상 시간에 쫓겨 여유를 갖지 못하는, 이른바 시간의 노예와 같은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타임푸어’,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이나 세금 등으로 모두 빠져나간다는 의미의 ‘월급 로그아웃’, 직장생활을 시집살이에 빗대어 상사, 선배 등의 등쌀에 시달리는 고충을 뜻하는 ‘직장살이’, 조기 퇴직 후 다시 새 일자리를 찾는 세대를 가리키는 ‘반퇴세대’,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지시가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신조어인 ‘메신저 감옥’, 야근할 일이 많아지면서 저녁이 없어진 직장인들의 삶을 가리키는 ‘야근각’,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고 고달픈 직장인들을 빗댄 ‘쉼포족’ 등도 자주 쓰이고 있다.

또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는 의미의 줄임말인 ‘어덕행덕’도 있다. 여기서 ‘덕질’이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수집하거나 취미에 파고드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에서 파생된 말로,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즐기자는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출처 : An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