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터널/안도현


전주에서 지리산을 가자면 남원 조금 못 미쳐
춘향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컴컴한 이 터널을
다 지나가고 나면 매번 요상하게도 거시기가
힘이 쭉 빠지데 한 어르신께서 농을 던지자,
으아, 춘향터널이 세긴 센가보네 어쩌고저쩌고 하면서도
자신의 거시기를 생각하는지 모두들 거시기한 표정으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일행 중에 누군가 문득,
자기는 춘향터널 입구에 당도하기만 하면 거시기가
왈칵 묵직해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것인데,
그 뒤로 나는 전국 각처 터널을 드나들 때마다
참 거시기한 생각에 빠져들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