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안하면 만병이 살아진다]

유럽의 의과대학 신입생이 되면 누구나 그들의 스승 앞에서 암송하고 서약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

나는 이제 의료(醫療)의 신(神)인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아폴론에 아들)를 증인으로 하여 나의 능력과 판단을 다하여 이 서언(誓言)과 증서(證書)를 실행하기로 서약하며 의술을 가르쳐 준 스승을 어버이처럼 생각하고 병자를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다하여 살리게끔 치료하고 절대로 부정이나 해를 끼치지 않을 것 이하 " 생략~~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에 참으로 숭고하며 거룩한 직업으로 그들의 임무가 얼마나 존귀하고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가는 자타 공인하는 일이기에 의사는 단순한 권세욕이나 금전욕 명예욕을 가지면 이미 그 사람은 의사가 아니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하나에 직업인 일 뿐이다. 그래서 모든 의술을 주술과 종교로부터 분리되어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아버지에게서 의학을 배우고 소아시아 그리스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철학자나 의학자들과 교류하며 견문을 넓혀 명의(名醫)로서 의사의 윤리에 대한 중요한 기틀을 세우고 또한 고매한 인격자로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그가 남긴 잠언은 오늘날의 의학자들에게도 좌우명으로서 인용되고 있다.

 

우리들이 어떠한 고매한 철학적 사고를 나타낼 때 흔이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을 하고 인생은 부질없이 짧지만 예술은 후세까지 오래도록 남아있기에 예술의 중요성과 영구성을 강조하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말의 진정한 뜻은 그러한 예술이 아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잠언집(箴言集) 제1장에 "술(術)은 길고 생(生)은 짧다"라는 글귀가 있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 글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해석하여 사용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술(術)이란 예술이 아닌 의술(醫術)을 말하는 것으로 즉 사람의 일생은 짧지만 의술(醫術)은 심오한 것이어서 도저히 끝을 발견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네델란드의 명의(名醫)부르하페(1668~1738)가 70세의 나이에 세상을 뜨자 그의 유산을 경매하면서 이상하게 생긴 책 한 권이 나왔다 이 책의 제목이 "의학상(醫學上)둘도 없는 가장 깊은 비밀(秘密)"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는 살아생전 업적도 많고 네델란드에서는 아주 고명한 의사로서 모든 사람들이 제2의 히포크라테스라가 탄생했다며 존경하는 인물이기에 모두들 그 책 속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그 어떠한 의학상 비책이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앞 다투어 사려고 했기에 그가 남긴 유산가운데 제일 비싼 값에 경매가 되었다.

 

그래서 경매하여 낙찰을 본 사람은 세계 최대의 보물을 손에 넣었다고 기뻐하며 아무도 모르는 서재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조심스레 봉인된 이 책을 뜯어보았다 그런데 책의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귀 하나만 쓰여져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를 차게 하고 발을 따뜻하게 하고 몸을 옹색하게 하지 말라 그러면 너는 모든 의사들을 비웃을 수가 있다"

이러한 글귀를 보고 그는 처음에는 실망하여 분노를 삼켰으나 나중에 가만히 생각하여보니 사람의 건강을 생각할 때 참으로 이보다 더한 명쾌한 처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기초적이며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을 우리는 까마득 잊고 살아가기에 모든 만병의 원인은 기초적인 것을 소홀히 하여 생기며 인간의 삶 자체도 기초적인 삶을 몰라 걱정과 근심이 쌓이고 환난이 찾아와 고통을 감내한다는 진리를 얻은 것으로 참으로 값진 보배로운 책을 구(求)한 것이다.

 

옛말에 탈이 많고 부유하게 사는 것 보다 탈이 없고 가난하게 사는 것이 낮다는 말이 있듯 비록 초가집에서 살아갈지라도 탈이 많고 좋은 집에서 살지 말며 차라리 병이 없고 초근목피로 연명할지라도 병이 있고 좋은 약과 좋은 밥을 먹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집안이 화평하고 마음에 평화가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로 그만큼 마음이 편안하면 만병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와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양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이기에 맑고 깨끗함을 원하고 부드럽고 연하며 신의(信義)의 길로 가는 것을 의무감으로 생각하지만 육체에서 나오는 소리는 정욕을 찾는 소리이기에 쾌락을 찾고 물질을 탐하고 거칠고 빡빡하며 뒷골목으로 가기를 원하기에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약필수증 불관어인(藥必隨證不關於人)이라 환자를 치료하는데 병의 증상에 따라 약이 결정되는 것이지 사람의 체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즉 병의 증상에 따라 사람이 어디가 아프면 그 아픈 곳에 대한 처방만 내리면 되는 것이지 왜 아프게 되었는지의 원인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었던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의학계의 정설인 약필수증 불관어인을 정면으로 뒤집어서 의학계를 뒤흔들었던 사람이 바로 우리나라의 명의(名醫) 이제마로서 그는 병을 체질학적으로 개선하여 사상의학을 세운 사상의학적 체질론을 제시하는데 약급국한어인(藥及局限於人)이라 환자를 치료하는데 약은 체질에 따라 각각 달라야 한다. 즉 사람은 각각 체질이 달라 그것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사상의학적인 체질론에 대해서 의학사상 최고의 명의로 손꼽히던 명나라 장개빈(張介賓)도 양장지인(陽臟之人)과 음장지인(陰臟之人)이 있다고 했다 즉 양장지인은 양(陽)이 많고 음(陰)이 적은 체질이요 음장지인은 반대로 음이 많고 양이 적은 체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 보통 우리들이 냉한 체질이다 또는 열이 많은 사람이다 하는 표현은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투현질능(妬賢嫉能)호현약선(好賢藥善)이라는 이제마의 말처럼 세상에 가장 많은 병은 남의 현명함을 질투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시기하는 것이요 가장 훌륭한 약은 남의 현명함을 사랑하고 선한 일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결론은 마음이 편안하면 만병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히포크라테스나 네델란드 브르하페나 이 제마의 의학적 사상(思想)은 결국 똑같은 이야기로

             ~"마음이 편안하면 만병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