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에 띄우는 편지 / 정기모


새벽녘 풀벌레 소리에 잠이 깼다
이미 깨어버린 잠은 멀리 달아나고
뒤척이는 머릿속 아득히
또르르 말려드는 그리움들이
봉선화 꽃물들인 손톱 위에 맴돌아
보랏빛 편지지 위에
아직은 여름빛 푸르게 편지를 쓰며

 

지나 버린 것들에 대한 비명 같은
아니, 그렇게 목맸던 사랑을
푸르게 흔들리다 언젠가 맥을 놓는
한 잎 나뭇잎에 조용히 묻으며
밤별 가득 담은 가슴으로
오늘도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의 미소는 가슴 뛰게 하는 아픔이며
따끔거리다 피어나는 열꽃이 되기도 하지
반달 그림자 밟으며
나란히 걷던 길에 우리의 순수는 남아
별빛 하나에도
잔기침이 일고 명치끝이 아리다

 

여기 서서
너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새벽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을 모아
떨리는 손으로 동봉하며
들국화 가득하던 길에 기다림 놓아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