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암자 앞마당에 피어있는 할미꽃을 잠시 봤습니다. 올 봄에는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두 번밖에 눈길을 주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어느새 꽃은 다 지고 하얀 꽃대만 비를 맞고 있습니다. 둥굴레와 옥잠화들도 마치 아이들이 몰라보게 키가 자라듯 늘씬늘씬하게 키가 커졌네요.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도 않고, 투정부리지도 않고

저 자체로 아름답게 피었다가 소리 없이

지는 꽃들에게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됩니다.

 

혹시 바닷가에 반질반질 윤이 나는 돌의 이름을 아시나요?

 

해미석, 바다 海 아름다울 美의 해미석이 비에 젖은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들은 비가 와도 허라 아프다는 말도 안 하고, 날이 궂으니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어떤 핑게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마치 감사라도 하듯이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습니다.

 

소리없이 피었다가 지는 꽃에서 겸손과 침묵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그렇게 비 밎고 있는 해미석을 보며 저는 화두 삼매에 빠져 있는 수행자의모습을 보게 됩니다.

 

 

글 출처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젇목스님, 곰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