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함께 음악을 듣던 청춘처럼,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서 하늘색 스웨터 한 벌을 함께 입고 있던 노부부처럼.

   영화 <건축학 개론>에는 그 시절에 가장 유명했던 노래를 함께 듣는 장면이 나온다. 휴대용 CD 플레이어에 연결된 이어폰의 오른쪽은 그의 귀에, 왼쪽은 그녀의 귀에 꽃혀 있고, 두 사람은 같은 음악을 함께 들었다. 남자에게는 그것이 첫사랑의 출발점이었다. 그녀에게도 그랬을까?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는 자녀들의 외면 속에 쓸쓸히 베를린을 떠난 노부부가 추억이 서려 있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다. 쌀쌀한 날씨, 부부는 아내의 하늘색 스웨터가 옆으로 길게 늘어나도록 함게 껴입고 바닷가에 앉아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 거창한 것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것. 둘 중 한 사람이 가진 것을 공유하는 것.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같은 노래를 듣는 청춘처럼, 한 벌의 스웨터를 둘이서 함께 껴입은 노부부의 뒷모습처럼.

   또한 사랑이란 내 안에 있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 나와 그대 안에 있는 아픔도 고루 꺼내어 놓고 아픔과 슬픔만큼은 당신보다 내가 조금 더 가지겠다고 우기는 것.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마음 사전,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