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에는 이따금 혜성처럼 나타나는 천재 작가들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 역시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 작가에 속합니다. 1980년,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이란 소설로 데뷔했을 때 서구의 언론들은 “20세기 최고의 천재 작가가 나타났다”는 찬사를 앞다투어 실었습니다.

   천재들은 남들이 사소하게 보는 것을 대단하게 보고, 남들이 대단하게 보는 것을 사소하게 보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겁게 여기는 것을 가볍게 다루는 것도 천재들의 능력이지요. 움베르토 에코 역시 엄숙하고 무거운 문학을 다소 기발하고 가볍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였습니다.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을 쓰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출판사에 근무하던 그의 여자 친구가 “간단한 추리 소설 한 편 써 보겠느냐”고 권유하자, “기왕이면 제대로 써 보겠다”고 대답했다지요. 그렇게 시작된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었다고 합니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무섭게 몰입하며 모든 능력을 쏟아붓는 것이 ‘움베르토 에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는 질식할 듯이 진지하거나 무거운 것을 사양합니다. 가벼운 농담을 하듯이 사물의 근원을 이야기하고, 슬쩍 스쳐 지나가듯 어떤 상황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 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작가이고, 기호학자이며, 언어학자이고, 중세 학문에 관해서는 거의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지식을 쌓은 문명학자이기도 합니다.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미래에 대한 조언까지 명징하게 쏟아 내는 그는 ‘문명의 탐구가’라고 불립니다.

   유쾌하고 명쾌한 통찰력의 소유자 움베르토 에코의 매력이 가장 돋보인 작품, <장미의 이름>에는 수도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금서가 등장하는데, 그 책의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금서가 된 것은 웃음 때문이었습니다.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라는 내용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에 들어 있었고, 웃음을 수도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으로 여겼던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그 책에 접근하려는 수도사들을 살해했던 것이지요.

   플라톤은 “저 너머 어딘가에 완전한 세상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저기는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가 금서가 된 이유가 짐작되시지요? 엄격한 중세 수도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이나 그의 저서들은 위험물이 되기에 충분하겠지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통해 웃음의 힘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어딘가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한 작가 움베르토 에코. 그의 작품 안에 담긴 지성을 통해서 세상을 헤쳐 가는 힘을 배우고 싶습니다. 삶의 중심을 파악하는 움베르토 에코 스타일의 통찰력도 배우고 싶습니다.

글출처 :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pap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