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식
         


        실어증(失語症) / 김한식

        너무나 많은 말을 잃어버린 나는
        누굴 기쁘게 해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
        나에게 미안해서 더 미안하다
        풋풋함이 사라진 영혼에게 남은 거라곤 고작
        넝마의 쓸쓸함 같은 것
        극심한 결핍에도 결코 구걸 못할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것
        나 하나쯤 어금니 악물면 어제 일인 양
        감쪽같이 잊혀질 듯이
        한 겨울 어둠속에서 우두커니 서서
        추위에 떨고 있는 외등만큼 말을 잃어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는 나는
        그래서 나는 더욱 미안할 수밖에


        음악 : The Woods Of Autumn Blaze / Neu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