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한참 잘 놀다가도 갑자기 생각난 듯 "엄마" 하고 불러 보곤 합니다.

무언가 필요해서 부르는 '엄마'와 엄마가 거기 있으리라 믿으며 불러 볼 때의 '엄마'는 그 뉘앙스가 무척 다릅니다.

그때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을 벌써 아는걸까, 싶은 여운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혼자 있지 않다'는 확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엄마는 언제나 나를 지켜 주는 존재'라는 믿음이 만들어 낸 것이겠지요.

손가락을 입에 물고 낮잠에 들었던 아이가 잠결에 "엄마" 하고 부를 때면 이따금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남편과는 헤어져 사는 날이 많았습니다.

타국으로, 지방으로 자주 집을 떠나 있던 그의 빈자리를 바라보면 그는 항상 부재중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집에 돌아와 있으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혼 초에는 3년간 헤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휴가를 얻어 그가 집으로 돌아왔던 날, 나는 잠든 그를 가만히 불러 보았습니다. 그가 잠꼬대처럼 "응?"하고 대답하면 몸을 뒤척이는 것만으로도 눈물겨웠던 기억, 너무 늦게만났거나 오래 헤어져 살아 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만히 "엄마"를 부를 때면 나는 가장 정다운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습니다.

어떤 날은 "응?"하고 대답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엄마 여기 있어"하고 대답해 주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불러볼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글 출처 : 위로(김미라 : 샘터) 中에서......

 

 

배경음악 : Lov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