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겠다고 결심한 것은 
'구석'때문이었습니다.
동북 방향 구석에 한 평 반쯤 되는 삼각형의 구석진 방이 있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방.
바로 그 구석이 저를 이 집으로 이사하게 했습니다.
삼각형의 골방에 책장과 책상을 놓으니 움직일 틈도 없이 꽉 찾지만
내게 이렇게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는 것이
나를 날마다 행복하게 했습니다.

'무슈 르 포브르' 즉, '가난뱅이 씨'라고 불렀다는
에릭 사티의 작품 중에 [구석의 아름다움]이라는
피아노 소품이 있습니다.
그 곡의 제목을 떠올릴 때마다 에릭 사티는 음악가이기 이전에
철학자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몽마르트르의 한구석에 가구처럼 앉아
자기에게 주어진 통증을 조용히 다스리고 있었던 그.
그리하여 그는 구석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줄 수 있었겠지요.

어느 권투선수는 말했습니다.
"권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
3분 동안 죽어라고 싸우고 한 라운드가 끝나는
종소리를 들었을 때,
그때 돌아가서 쉴 저 링사이드의 구석이야.
구석이 없으면 권투 선수는 싸울 수 없어."

나를 받아 줄 구석,
그 구석에 걸린 그림 하나,
거기에 쳐진 거미줄,
드리운 눈물과 한숨 그리고
 그 구석 어디엔가 숨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구석, 그 애틋한 삶의 모퉁이에
 내가 있습니다.

글 출처 : 위로(김미라 글 : 샘터 출판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