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매섭게 불던 어느 날,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내가 일하는 매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액세서리점이라서 남자, 그것도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아저씨의 등장을 나는 처음부터 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성큼성큼 진열대로 걸어오더니 값이 꽤 나가는 반자 하나를 대뜸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로 줘요.”
‘이것저것 고르지도 않고 몇 초만에 결정을 하다니, 미리 봐두기라도 했나?’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요. 포장하지 말고 그냥 주세요.”

 

포장도 하지 말라니……. 표정이면 행동이며 아무래도 좀 이상했다.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저씨, 이 반지 누가 끼실 거예요? 저희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몇 달 전 몸이 안 좋은 아내와 모처럼 시내에 잠깐 나왔다가 여기 온 적이 있었어요.
아내가 이걸 너무 맘에 들어했는데 수중에 가진 돈도 없고, 쉽게 살 형편도 아니어서 그냥 나갔거든요. 그런데…….”

 

아저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며칠 전에 아내가 몸이 더 나빠져 결국 제 곁을 떠났네요.
살아 있을 때 잘해 준 것도 없이 고생만 시켰는데……. 마지막으로 이거라도 아내 무덤에 같이 넣어주고 싶어서요. 아내가 좋아할지…….”

 

아저씨는 이내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할 뿐. 괜히 아저씨의 아픈 상처를 들추어낸 것이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주어도 주어도 아깝지 않고 더 주고 싶은 것이리라. 아저씨의 몇 마디 이야기만으로 가난한 중년 부부의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애틋한 마음은 오래도록 내 가슴 한켠에 남았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아저씨의 아내 사랑이 아직도 내 마음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

 

글 출처 : 잃어버린 사랑을 위하여(미상 : [주]자음과 모음) 中에서..

 


배경음악 : 바람의 사랑 / 민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