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하얀 와이셔츠 ♣ "다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여보! 이리와 봐!" "왜요?" "와이셔츠가 이게 뭐야, 또 하얀색이야?" "당신은 하얀색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도 내가 다른 색깔로 사오라고 했잖아!"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아내에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얀 와이셔츠말고 색상있는 와이셔츠로 사오라고 몇 번이고 일렀건만 또다시 하얀 와이셔츠를 사다놓은 것이었습니다. "이 와이셔츠 다시 가서 바꿔와," "미안해요. 유행 따라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당신한테는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나 원 참...." 출근은 해야 하는데 몇 달째 계속 하얀색만 입고 가기가 창피했습니다. 한두 번 얘기한 것도 아니고 신랑을 어떻게 보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아내는 방바닥에 펼쳐 있는 하얀 와이셔츠를 집어 차곡차곡 개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하얀색 와이셔츠의 소매 위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 지금 우는 거야?" "......." "신랑 출근하려는데 그렇게 울면 어떡해" "저..., 이 옷...그냥 입어 주면 안 돼요?" "왜 그래?" "아니에요. 어서 출근하세요." 아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좀 심했나, 아내 어깨를 두드리며 한참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눈물 젖은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삐리릭 삐리릭!" 점심 식사시간, 마지막 숟가락을 놓자마자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정현주 님께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후다닥 사무실로 들어와 확인을 해보니 세 개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두 개는 광고 메일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전 아내가 보낸 메일 이였습니다. "아침부터 당신 화나게 해서 미안해요. 아직 당신한테 얘기하지 못한 게 있는데요. 말로 하기가 참 부끄러워 이렇게 메일로 대신해요." 무슨 얘기를 할지 조금은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여보, 제가 어렸을 때 가장 부러워 했던게 뭔지 아세요? 옆집 빨랫줄에 걸려있는 하얀 와이셔츠였어요. '우리 아버지도 저런 옷을 입고 회사에 다닌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버지요, 단 한번도...단 한번도... 와이셔츠를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물론 와이셔츠하고는 거리가 먼 환경미화원이셨지만 줄줄이 셋이나 되는 우리 가족 뒷바라지에 새 옷 한 벌 입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다가신 분이세요." 지금까지 장인어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던 아내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그래서 전 당신 만나기 전부터 이런 결심도 했지요." 난 꼭 하얀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야지. 결국은 제 소원대로 당신과 결혼을 했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당신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하얀 와이셔츠를 사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화내서가 아니에요 이제야 알았거든요.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 보지 못한 나의 아버지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분 인지를요. 늘 조금 굽은 어깨로 거리의 이곳 저곳을 청소하러 다니시는 나의 아버지야말로 하얀 와이셔츠만큼이나 마음이 하얀 분이라는 걸요.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아내가 하얀 와이셔츠만 사오는지..., 나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아내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보, 나 지금 뭐하고 있는 줄 알아? 아침에 당신이 하얀 와이셔츠 소매에 흘린 눈물자국 위에 입맞춤하고 있다구. 사랑해. 진심으로." ( 사랑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中에서...)
Melancholy smile (우울한 미소) / 남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