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가는 길/도종환
     
    
      별빛이 쓸고가는 먼길을 걸어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의 일로 가슴을 아파 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 위에떠서 눈을 깜빡이는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동짓달 개울물 소리가 또랑또랑 
      살얼음 녹이며 들려오고 
      구름 사이로 당신은 보입니다.
     
      바람도 없이 구름은 흐르고
      떠나간 것들 다시 오지 않아도
      내 가는 길앞에 이렇게 당신은 있지않습니까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