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이 점점 눈물 많은 남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피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비로소 자신의 삶에 따뜻한 피가 돌기 시작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읽다가 '바다에 아들을 묻은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잘 지내니? 아빠가 많이많이 사랑해. 알지 아가? 점심 잘 먹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렴. 하늘의 별이 된 내 사랑, 저녁 먹었니?" 그러자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세요"라는 답장이 왔다는 이야기였죠.
 
아들의 전화번호를 쓰게된 사람이 아들을 대신해서 답장을 보내며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이 생각나실 때마다 이 번호로 문자 주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답장을 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그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휴대폰이 보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밤마다 전화가 울려 받으면 끊어지곤 했었죠. 사흘째가 되던 날,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말했습니다.
 
그 번호가 세상을 떠난 남편의 것이었다고 남편이 그리우면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눌러보곤 했는데 어느 날 낯선 사람이 받아 당황했다고. 그런데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남편의 음성과 너무 비슷해 그만 결례를 범하고 말았다고.
 
그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남편 목소리가 그리우시면 전화하세요. 제가 여보세요? 하면 더 많이 듣지는 말고 끊으세요. 그러면 저도 부인이 전화하셨구나, 하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남편 되시는 분을 부러워하겠습니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렇듯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아내를 두셨으니 말이죠."
 
두어 달 지났을 때 한 번 더 전화가 걸려온 뒤로는 다시는 전화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움이 끝나서는 아니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죠.
 
오늘도 그리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는 퇴근길의 지하철을 돌아봅니다.
 
고단한 일상에 감춰진 그리움도,
가슴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둔 눈물도
덜컹거리는 지하철과 함께 흔들리며 실려가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의 아픔이
내 것인 듯 만져질 것 같아
다른 날보다 더 애틋한 마음이 되어
그도 함께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글 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이미라, 책읽는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