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귀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당신을 보고 있노라면 당신과 저에게 주어져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언제고 맞닥뜨려야 할 이별, 더 이상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때도 지금처럼 소소한 일상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슬픔덩이들이 온몸을 헤집고 돌아다닙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의 글입니다.

 

지금 노환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어머니. 저 또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 글을 읽다보니 가슴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지는군요. 우리는 그렇게 모두 어머니와 함께 있었지만, 언젠가 어머니를 떠나게 됩니다.

 

  오늘 이 차가운 날씨, 거리엔 어느새 크리스마스 캐롤이 흐르고, 세월은 물처럼 흘러 우리가 헤어질 시각은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별의 순간, 우리가 수많은 다짐으로 했던, 그리고 우리가 수많은 말로 했던 '마음공부'라는 이름의 그것들은 과연 우리를 얼마나 슬픔으로부터 떼놓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고요'라고 부르고 있는 그것들.

  타인의 슬픔 앞에선 언제나 위로와 위안과 간격을 유지할 수 있던 그 고용한 상태를 우리는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요?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