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하루에 한 번 길렌느라는 여자 집배원이 전해주는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매일같이 마리오가 전해주는 우편물을 받던 파블로 네루다처럼 말이지요.

   그날도 변함없이 길렌느는 투르니에의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그러나 길렌느는 어떤 우편물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우편물도 없는데 길렌느는 왜 투르니에의 집 초인종을 눌렀을까요? 우편물이 하나도 없는 날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혹시 투르니에가 자기를 공연히 기다리고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 초인종을 눌렀던 것입니다.


   때로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매일같이 전화를 하다가 어느 하루 전화를 하지 않으면 ‘연인이 전화를 기다릴까봐’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보 같은가요? 하지만 사랑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마음입니다.

   공연히 기다리고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 초인종을 누른 길렌느의 따뜻한 마음을 제 삶 속에 조용히 옮겨놓고 싶습니다.

글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