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갖고 싶은 것이 있다. 한 번은 망설여도 두 번째에는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카리스마,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통찰력,  착하긴 해도 만만하게 여겨지지는 않을 정도의 헐렁한 단단함, 외로울수록 더 침착하게 나를 성찰하고 일상을 야무지게 챙기는 고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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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쳐 진심으로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사흘은 걷고 나흘째는 쓰러질지라도 길을 나설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땅 끝에 이르러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

 

손해 볼 줄 알면서도 뛰어들고, 기어이 손해는 보지만 인생에서는 결코 손해 보지 않은 진정한 계산 능력.

말을 아낀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조금은 어눌한, 그러나 진실한 말솜씨.

똑같은 상황을 남다르게 해석하며 힘을 얻을 수 있는 통찰력.

 

같은 재료로 세 가지 다른 요리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요리사처럼 삶을 다룰 수 있는 유연함.

언제든 저 사람에게 물으면 아름다운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카운슬러같은 지혜로움.

잔소리도 다정한 속삭임처럼 곱게 전할 수 있는 능력.

 

한 번은 망설여도 두 번째에는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잇을 정도의 적당한 카리스마.

착하긴 해도 만만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헐렁한 단단함.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백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응용력.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밥 먹는 일도 기꺼이 잊을 수 있는 몰입력.

외로울수록 더 침착하게 나를 바라보고, 일상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고독력.

가까이, 그러나 너무 가까워서 멍들지는 않을 정도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 관리 능력.

 

오직 사랑에 있어서만은 산수를 배워본 적이 없는 것처럼,

이별이라는 단어 같은 것은 모르는 사람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는 순정함.

 

사랑이 다이아몬드 반지처럼 영원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구리 반지처럼 매일 닦아줘야 하는 것임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기억력.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