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 저녁을 먹으라고 우리를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는 아픈 어깨에 붙여진 파스처럼 시큰하다. 내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있는 한 외롭다고 말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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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에서 깨어나면서 그는 아주 작은 소리를 들었다. 조금씩 커지더니 마침내 또렷하게 들렸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동생도, 그리고 절친한 친구들도 침대 곁에 서서 그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마취가 풀리면서 몰려온 통증 때문인지, 그가 깨어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준 마음이 뭉클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우울하던 며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그는 그 때를 생각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주던 그 순간을. 산다는 것은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나가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된다는 시처럼 사치스러운 마음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일이다.

 

세상으로부터 마음을 다칠 때 그는 생각한다. 어린 시절, 저녁을 먹으라고 그의 이름을 크게 외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유난히 정 깊게 그의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목소리를. 그 목소리들은 아픈 어깨에 붙여진 파스처럼 시큰하다.

 

출석부를 들고 이름을 부르시던 담입선생님처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외롭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리는 살아갈 힘을 내야 한다.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