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란, 딸기 상자의 아래쪽에서 위에서 본 것보다 더 큰 딸기를 발견할 때 느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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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살 때는 상자의 윗면에 놓여 있는 딸기가 굵고 싱싱한지를 보고 고른다. 어차피 상자의 아래쪽까지 뒤져볼 수는 없으므로 상자 아래쪽의 딸기는 위쪽보다 부실하려니, 약간은 포기하는 마음으로 고른다.

 

어느 날 딸기를 사서 씻다가 딸기 상자 아래쪽에서 위쪽보다 더 굵고 실싱한 딸기를 발견했다. 그때의 낯설고도 신선한 기쁨이라니!

 

골목길에 세워진 트럭에서 양파 한 망을 샀다. 양파를 손에 들고 한참 걷는데 트럭 주인이 숨차게 뛰어왔다. 거스름돈을 덜 거슬러 줬다고 달려온 것이다. 아직도 트럭에는 야채를 사려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자신이 팔아야 할 것보다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긴 아저씨의 모습이 성자 같다.

 

신뢰란 딸기 상자 아래에서 위쪽에 놓은 딸기보다 굵고 싱싱한 딸기를 발견했을 때의 뭉클함 같은 것.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기대한 것 이상의 뭉클함과 마주치는 것.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을 귀하게 지키는 것.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것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