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맞는데 보낸 사람도 므로는 이름이었고, 수신인 이름도 그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전에 살았던 사람 앞으로 온 엽서 같았습니다. 전에 살던 사람은 다른 나라로 공부하러 간다고 했고, 다로 연락처를 적어두지도 않아서 이 엽서를 전해줄 방법이 없었습니다.



  잃은 엽서 한 장이 집에 불시착한 채 며칠이 지났습니다. 매일 아침 그는 탁자에 있는 엽서를 읽어보고 출근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탁자 위의 엽서를 읽어보았습니다. 마치 하루 종일 자신을 기다려준 소중한 존재라도 된다는 듯 엽서를 대했죠.


  서는 런던에 사는 여자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부를 마치고 취직을 했다고, 누군가 와서 머물 수도 있는 방 두 개짜리 집도 얻었다고,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테이트 모던 갤러리로 걸어갈 때면 언제나 당신 생각이 난다고, 거짓말처럼 그 미술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침에 그 엽서를 읽으면 방금 사랑을 시작한 사람 같은 마음이 들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그 엽서를 다시 읽으면 이제 막 실연한 사람 같은 마음이 드는 참 이상한 엽서였죠. 정말로 자신이 런던에 그리운 사람을 두고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의 유물을, 타인의 추억을 불법으로 소장하고 있다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는 책상 앞에 앉아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편지의 수신인을 찾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반송하는 걸 이해해주세요.

며칠 동안 이 엽서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사람처럶

잃어버린 시간들을 되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두근거리던 시간을 되찾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 곳에 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부터 쓰는 이 이상한 상황이

제 인생에 멋진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이렇게 자신도 므로는 사이에 선물이 되는 일도 있더군요.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글 출처 : 김미라(저녁에 당신에게, 책읽는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