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매화가 봉오리를 맺고 남쪽에는 돋아나는 풀들이 연둣빛 혀를 내밀고 있습니다. 돋아나는 새순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면 풋풋하고 싱그럽지만 왠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새 생명의 에너지로 비빈 음식으로 씹기 명상을 해보면 입속의 혀가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 놀라게 됩니다.

 

음식물을 씹으며 하는 명상이 '씹기 명상' 이라면 걸으면서 하는 명상은 '걷기 명상' 입니다. 명상은 마음의 일이 아니라 마음을 치우는 일이라고 하지요. 집중도 사색도 아니며 그냥 무념의 상태인 그것은 떠드는 마음을 치워 놓은 설거지 같은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 분주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마음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까지 깨끗이 치워진 상태에서 세상만물은 낱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모르고 있었지만 명상의 세계에서 그것은 하나의 진리입니다.

 

그런 진리에 대해 톰슨이라는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모든 사물은 영원불명의 힘으로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숨은 가운데 설 연결되어 있으니

꽃 한 송이 어루만져 흔들릴 때 하늘의 별들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보이지 않지만 별들은 대낮에도 우리 머리 위에 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별과 연결되고, 풀꽃과 연결된 사람의 마음 또한 분별심을 내려놓고 바라보면 보이지 않지만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 출처 : 이 별에 다시 올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