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에 다가갈 특별한 방법이 생긴다. 인도의 소년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처럼, '피아니스트' 스필만이 숨어서 피아노를 치던 그 방법처럼.

 

 

   인도 사람들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발리우드'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인도에서는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화 한 편의 러닝타임을 짧아야 4시간이다. 

 

   인도의 가난한 소년들은 영화를 보는 특별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여러 소년들이 주머니 속의 동전을 다 털어 놓는다. 간신히 한 사람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값이다. 소년들은 티켓 한 장을 산 다음, 가장 이야기를 잘하는 소년을 영화관에 들여보낸다. 영화를 보고 나온 소년은 한 편의 영화 이야기를 1박 2일 걸릴 정도로 장황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것이 인도 소년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이다.

 

 

   폴란드의 뛰어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필만은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피난을 가지 못하고 숨어서 지내야 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도피생활, 여러 집을 옮겨 다니던 스필만은 어느 날 숨어든 집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피아노를 발견했다. 스필만은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이다. 달빛을 받은 그의 손가락은 허공에서 쇼팽을 연주하고 있었다. 피아노 건방에 닿을 듯 말 듯 황홀하게 스필만의 손가락을 카메라가 뜨겁게 바라보고 있다. 허공 위에 펼쳐진 그 연주는 스필만이 평생 했던 연주 중에서 가장 간절하고 특별하고 아름다운 연주였으리라.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특별한 방법을 알게 된다. 인도 소년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처럼.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처럼.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마음 사전, 샘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