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은 이력서다. 신발은 일기다. 신발은 명함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내 신발이 알고 있는 것만큼 나를 잘 알고 있는지….
 
    아침에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종일 신었던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다. 흙도 묻어 있고, 거친 길목에 긁힌 자국도 있고, 오래 신어서 주름까지 쭈글쭈글했다. 내 신발을 보면서 "참 수고 많았어"하고 인사를 했다. 가족들도 함께 가지 못하는 곳까지 따라온 신발이 피붙이처럼 가깝게 느껴지던, 그런 저녁이 있었다. 
 
   신발은 이력서다. 그럴듯한 말로 위조된 이력서가 아니라 땀과 눈물의 이력서다.
 
   신발은 일기다. 감추고, 생략한 것 하나도 없는 진솔한 일기다.
   신발은 명함이다. 어느 곳을 다녀왔는지를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명함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내 신발이 알고 있는 것만큼 나를 잘 알고 있는지….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마음 사전,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