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은 없다. 사랑은 변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 변하는 것을 변함없이 지키려는 노력,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건 그 때문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기억에서 희미해졌던 남자주인공이 했던 말은 오늘도 기억에 생생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망연한 얼굴로 묻던 장면.

   사랑은 방부제가 잔뜩 들어가 한 달이 가도 곰팡이 피지 않는 빵 같은 것이 아니며, 음식점 앞에 진열된 실리콘 모형 음식처럼 꿈적 않는 것도 아니다. 조화처럼 먼지를 뽀얗게 쓰고 변함없이 피어 있는 꽃도 아니다. 사랑은 사흘만 지나면 곰팡이가 피는 연약한 빵이고, 물을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며칠 만에 시들어버리는 꽃이며, 더운 날의 호박무침처럼 쉽게 변하기도 하는 것이다.

   변한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옷을 갈아입은 사랑으로 변화되고, 또 다른 차원의 사랑으로 진화하고, 사랑 너머의 사랑으로 승화되기도 하며, 이따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우정이 되기도 한다.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사랑은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사랑을 변치 않고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가 분명해진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