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인 작가 잭 콘필드가 쓴 책에 이런 글이 나오더군요.

   티크 나무 숲에서 수행하는 수행자는 나무의 아름다움과 짙은 녹음을 사랑하지만, 호랑이의 힘과 코브라의 독과 밀림을 품고 있는 말라리아의 열병도 존중한다. 모든 것이 그들의 스승인 것이다.

   아열대 숲에서 정진하는 수행자들은 팔다리와 얼굴, 온몸에 달라붙는 모기에 시달리면서도 그중 단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계율을 엄하게 지킨다고 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심이 그 이유이지요.

   그러나 나무의 아름다움과 짙은 녹음을 사랑하긴 쉬워도 호랑이의 힘과 코브라의 독, 그리고 말라리아를 실어나르는 모기를 존중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기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정당한 질서일지 모릅니다.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소를 먹고, 식물의 잎과 뿌리를 먹듯 말이지요.

   아무런 죄책감 없이 모기를 때려잡듯, 존재하는 모든 것의 가치를 인간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은 필연적으로 세상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가 ‘만물평의회’라는 재미있는 그룹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물평의회에 참석한 환경운동가들은 각각 동물이나 식물, 강이나 산이 되어 자연의 목소리로 환경의 위기를 호소하는데, 강이 인간에게 했던 이야기를 옮겨볼까요?

   “인간들이여, 나는 생명을 품고 있는 강으로서 말합니다. 이제 당신들이 내게 쏟아내고 있는 쓰레기와 독소로 인해 내가 무엇을 품게 되었는지 보십시오. 나는 질병과 죽음을 싣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