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명체에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것, 무엇일까요? 언어? 문화? 온갖 신기한 발명품들? 교육? 사랑?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것이어서 그렇지, 어쩌면 다른 생명체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언어나 문화나 신기한 발명품들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라는 소설을 보면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머니, 나는 요 근래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말도, 꾀도, 생각도, 사회적 질서도 각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동물들도 모두 가지고 있잖아요? 어쩌면 신앙도 갖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뽐내고 있지만, 다른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없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머니, 다만 한 가지가 있어요. 다른 생물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모르시겠지요? 그것은 말이지요, ‘간직한 일’이라는 것이에요.”

   간직한 일. 추억이라고 간단히 부르기에는 무언가 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지나온 시간과 발자취 사이에 올올이 박힌 흔적 같은 것. 그것이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다른 생명체에게도 기억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기억이 애틋하게 간직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요. 아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일이지만.

   간직한 일,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고, 좌절하는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가장 큰 힘이며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간직한 일들을 초식동물들이 되새김질하듯 이따금 기억해 보고 싶습니다.

글출처 :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pap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