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은 톱밥과도 같다. 톱질이 끝난 뒤 생긴 톱밥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톱밥을 뭉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는 있다.

   목수가 톱을 들고 나무를 켠다. 원하는 모양으로 나무를 자르고 나면 그 아래에 무수한 톱밥이 덜어져 있다. 쓸모없이 보이는 그 가루에 ‘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다니! 톱밥! 불러볼수록 정겨운 단어다.

   톱밥이라고 해서 하찮거나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축들을 위한 카펫이 되기도 하고, 뭉쳐서 땔감이 되기도 하고, 보온재로 쓰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톱밥으로 예술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과거는 톱밥과 같은 것. ‘시간’이라는 ‘톱’이 ‘삶’이라는 ‘나무’를 켜며 만들어온 ‘톱밥’이다. 이 톱밥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또 다른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 지나온 시간을 딛고 우둑 선 나, 어지간한 상처에는 흔들리지 않는 나. 톱밥으로 족쇄를 만드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지나온 시간에 갇히지 않기를. 오래전에는 톱밥이 땔감이었던 것처럼 ‘과거’라는 톱밥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연료가 되기를.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