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되씹으며 붙잡아 놓는 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가장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에 강렬하게 저항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아픈 과거가 준 통증이 저항하면 할수록 놓아버릴 수 없습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떠올려 스스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말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이 순간에 모든 걸 내맡기며 나의 주의가 현재 시점에 머무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의 많은 시간, 우리의 주의는 과거나 미래에 가 있습니다. 과거의 일은 집착하여 놓지 못하고 미래의 일은 미리 당겨서 근심에 잡기는 것이지요.

   아이러니한 일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오히려 과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글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산문집, 시와시학사)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