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화분에 심어진 꽃이거나 나무 같은 것이어서 꾸준히 물도 주고, 햇볕도 쏘여주고, 시든 잎은 떼어주고, 영양제도 공급해주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겪은 세 번의 사랑은 싱싱하다고 믿고 가져왔지만 날마다 조금씩 시들어가는 화분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레는 과정이 지나면 본능적으로 불안해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넘치도록 물을 주는 초보 정원사처럼 과한 노력과 점검을 하려고 했고, 그런 자신에게 자주 지치곤 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은 점검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연애할 때 멀리 있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데려다주던 그가 이제는 그녀를 혼자 버스에 태워 보내는 건 사랑이 식었기 때문이라고 서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죠.

   오늘은 그와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

   그는 종일토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쓸쓸함을 지나 아주 참담한 마음이 되어서 퇴근길 지하철을 타러 나섰습니다. 그녀가 지하철 정류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지하철 물품보관소에 동료가 서류하나를 넣어놓고 퇴근한대. 미안하지만 좀 찾아서 가지고 있을래?”

   그녀는 화가 나서 답장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품보관소 앞도 화난 표정으로 지나쳐버렸죠. 하지만 마음 약한 그녀는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보관함을 열었습니다.

   보관함을 연 그녀는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 못 하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등 뒤로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기도 했고, 누군가는 손뼉을 쳐주기도 했죠.

   물품 보관함에는 꽃다발과 선물상자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습니다. 꽃다발과 선물상자에 감격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자신의 못난 마음이 아파서 그랬습니다.

   “안 열어볼 거야?”

   어느새 나타난 그가 그녀에게 꽃다발을 꺼내 안겨주었습니다. 꽃다발이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이란 조화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피어 있는 꽃은 아니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것처럼 잘 시드는 꽃도 아니라고.

글출처 : 저녁에 당신에게(김미라, 책읽은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