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은 영혼의 금고, 책만 꽂혀 있는 곳이 아니라 비상금, 비밀 편지, 지나온 추억, 몇 번 접은 마음까지 숨겨두는 금고, 그 어떤 도둑도 훔쳐갈 수 없는 견고한 금고.

   그녀, 책장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작가 조경란은 책을 ‘뜨거운 책, 차가운 책. 다 읽은 책, 앞으로 일을 책’으로 나눈다지. 그녀는 이렇게 분류하기로 했다. ‘그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 그는 책과 음반을 자주 선물했다. 밥은 도시락 싸서 공원에서 먹더라도 책과 음악은 귀족처럼 누렸다. 이별할 때 그가 말했다.

   “어느 날 읽고 싶은 책을 꺼내듯 그리울 때 당신을 꺼내어 읽어볼 거야.” 사랑은 가고 책만 가득 남았다. 그는 이따금 나를 꺼내어 보고 있을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는 책장을 반으로 나누었다. 안쪽에는 그와의 추억이 담긴 책들이 들어갔고, 오른쪽은 그를 만나기 전이나 헤어진 뒤에 읽은 책들이 들어갔다. 오른쪽 책장의 책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사람의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질 것이다.

   그녀에게 책장이란 이따금 그를 꺼내어 읽어볼 수 있는 영혼의 금고. 그 어떤 도둑도 훔쳐갈 수 없는 견고한 금고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