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일에 지름길이란 없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마음 사이에는 '이해' 라는 지름길이 있다. 

   박완서 선생의 <마른 꽃>이라는 단편에 보면, 과장된 애정 없이 서로 담담하게 마주보는 초로의 남녀가 등장한다. 연인으로도 보이고 부부로도 보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소설 속 주인공은 생각한다. 진정한 이해란 그 나이쯤 이르러야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사랑이란 '아름다운 오해'로 시작해서 '참담한 이해'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오해보다는 참담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사랑의 본질에, 사랑보다 한참 뒤에 찾아오는 평화에 이르게 된다.

 

   공부의 지름길을 알려준다는 책들은 많지만 공부에는 지름길이 없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지름길이 있다. 마음과 마음 사이는 지구와 달만큼의 거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황당한 축지법도, 놀라운 지름길도 분명 존재한다. 

 

   부지런히 발자국을 내며 다니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처럼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 사이를 부지런히 다니면 지름길이 된다. 당신의 마음을 무시로 드나들며 닦아 놓은 '이해'라는 지름길을 오래오래 드나들 수 있기를.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