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버스에서 바로 그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가 탄 걸까?’ 놀라며 두리번거리다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그의 향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것은 모직 옷감이 품고 있는 냄새와 나프탈렌의 향과 담배 연기가 합쳐져 만들어 낸 것이었음을.

 

첫추위가 찾아와 지난겨울에 넣어 둔 겉옷을 꺼내 입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첫추위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아에 만들어진 ‘그의 향기’를 추억하는 사람이 있음을.

 

문을 닫아걸고 안으로 들어와 앉는 계절.
불기 없는 방에서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아프고 서러울 때도 많은 계절입니다.


이마에 내려앉은 차가운 기운에 눈을 뜨면, 링 위에 오르기 직전의 권투 선수처럼 온갖 상념이 창밖에서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건져 올려서 맨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게 하는 이름.
외투를 입고 나가지 않아도 삶이 따뜻하다고 느끼게 했던 그 이름.
정해진 궤도를 도는 혜성처럼 첫추위가 찾아오면 반드시 마음을 다녀가는 이름.
내복 같고, 외투 같고, 시린 목을 감아 주는 스카프 같던 바로 그 이름.

 

글 출처 : 위로(김미라 글 : 샘터) 中에서..

 


배경음악  Allura / Chris Sphee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