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이불이다. 더운 날에는 잊고 있다가 날이 쌀쌀해지면 목까지 끌어올리는 이불처럼 삶이 신산해질 때 우리를 덮어주는 존재다.

   쌀쌀한 공기에 기분 좋은 새벽을 맞이한다. 열어둔 창문을 닫고 다시 짧은 잠을 청하는 초가을 새벽이 상쾌하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으며, 더워서 귀찮아하던 이불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느낀다. 고맙다!

   이불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이불 같은 조재들을 떠올려본다. 피난 갈 때 다른 건 다 두고 가도 이불은 꼭 싸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는 할머니, 목화솜 이불 틀어서 구름 같은 이불 두 채로 만들어놓고 흐뭇해하시던 어머니, 밤늦게 귀가하셔도 꼭 방에 들러 자식들이 행여 이불을 차고 자는 건 아닌지 살펴보시던 아버지, 그분들께 이불은 목숨이며, 행복, 그리고 사랑과도 같은 것.

   가족은 이불이다. 더울 때 귀찮기도 한 이불처럼 삶이 평탄할 땐 가족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불현 듯 삶이 추워진 어느 날, 벽장에서 이불을 꺼내듯 가족을 꺼낸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는 것처럼 힘겨울 때, 어려울 때 우리는 가족을 덮.는.다.

글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