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기법 중에 ‘그로테스크 기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하다는 것은 괴상한 것, 기이한 것을 가리키지만, 인간이나 동물을 풀이나 꽃에 환상적으로 결합시키는 방식을 그로테스크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의 그로테스크 기법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무척 화려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조악한 그림’도 역시 그로테스크 기법이라고 부릅니다.


   바티칸 박물관 천장은 그로테스크 기법의 그림들도 채워져 있습니다. 목이 아프도록 그 천장화를 올려다보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우리 삶이 이 그로테스크 기법과 닮지 않았을까.’ 하고요.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실망을 주거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았던가요. 풍경도 그렇고, 사람의 마음도 그렇고, 감동의 마음을 품었던 일 또한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볼 때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멀리 있는 불빛, 멀리 있는 사람, 멀리 있는 마음, 동구 밖에서 보는 마을의 풍경, 그리고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아야 했던 바티칸 박물관의 천장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치게 됩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살면서 꼭 한 번은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을 우해,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다치고 깨지고 상처받고, 쓰러질지라도……

글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