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은 건반을 두드리는 손가락과 몸의 근육 하나하나가 음표와 악보를 기억한다는 말을 합니다. 하긴 그 많은 음표와 쉼표를 어찌 머리로만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전문 연주가는 아니지만,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머리가 잊어버린 것을 손가락이 기억하고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주가들은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같은 곡을 수없이 연습합니다.

   모든 연주가가 성공적인 무대를 소망하면서 쉼 없이 연습하듯 우리 또한 실패를 멀리하고 성공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연습합니다.

   그러나 인생 또한 연주와 마친가지라서 좋은 인생이란 성공과 성취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성공만 거듭하는 인생보다 수없는 좌절과 실패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마침내 성공에 가 당는 것이 더 좋은 인생입니다.


   수많은 정을 내리꽂아 이름 없는 돌덩이를 눈부신 조각으로 탄생시킨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탄생시킨 조각은 이미 돌 속에 존재해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한 일은 단지 위대한 창조물을 둘러싸고 있는 쓸모없는 돌조각을 제거하는 것뿐이었다고 말이지요.

   미켈란젤로의 말처럼 우리가 거둬야 할 성공 또한 우리 삶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지 성공을 둘러싸고 있는 쓸모없는 돌조각인 실패와 좌절을 걷어내는 것뿐입니다. 수많은 정을 내 인생의 돌덩어리 위로 내리꽂으며 뼈저리게 느껴지는 실패를 반복적인 연습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글 출처 : 이 별에 다시 올 수 있을까(김재진, 시와시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