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는 ‘의미 기억’과 ‘에피소드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의미 기억’은 단어의 의미 같은 일반적인 지식을 말하는 것이고, ‘에피소드 기억’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연결해서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학자들은 한때 사람만이 에피소드 기억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에피소드 기억에는 정보처리 능력이 고도로 요구되기 때문에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지요.

   그런데 ‘아메리카 어치’라는 새도 에피소드 기억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이 새는 먹이를 물어다가 적당한 곳에 파묻어놓는데, 그 파묻어둔 먹이를 아주 정확하게 찾아내어 먹는다고 합니다. 먹이를 어디에 숨겨놓았는지 정확히 안다는 점이 바로 에피소드 기억이 가능하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기억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1980년대를 빛나게 보냈던 작가 이순 씨는 어느 날 병을 앓은 끝에 기억을 잃어서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슬픈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기억을 잃었던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그녀는 “세금을 내야 하는데…….” 하고 걱정하면서 기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기억을 되찾은 이순 씨는 말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기억”이라고 말이지요.

   우리 삶에 주렴처럼 매달린 기억들, 기쁘고 슬픈 에피소드들, 그것은 우리 삶을 평생토록 따뜻하게 하는 강력한 땔감입니다.

글출처 : 나를 격려하는 하루(김미라, 나무생각)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