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봉오리를 열어 꽃을 만발하게 하는가?
누가 껍질을 깨고 병아리를 나오게 하는가?
그날과 그 시간을 누가 결정짓는가?


   오래된 수첩에 적어놓은 어느 선사의 게송(偈頌)이다.

   사소한 것들은 많이 알면서도 우리는 정작 나 자신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고 산다. 누가 봉오리를 열어 꽃을 피게 하고, 누가 껍질을 깨고 병아리를 나오게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아도 꽃은 때가 되면 피고, 병아리는 알을 깨고 나온다. 깨달음을 얻은 선사의 게송 따라 나 또한 비슷한 시를 쓴 적이 있다.

   씨앗을 쪼개본다. 아무것도 그 속에 숨어 있는 게 없다. 어디 있다 왔는가 꽃들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가?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늘 삶을 힘겨워한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안전한지, 어디로 가야 먹이를 구할 수 있는지, 쫓기고 또 쫓는다. 우리가 먹이사슬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오래전 장자는 먹이를 노리는 새 한 마리를 통해 간파했다.

   활을 들어 장자는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를 겨누었다.

   “저 놈은 가지에 안자 있기만 하고 왜 날아오르지 않을까?”

   장자가 막 새를 향해 화살을 날리려는 순간 나뭇가지 한쪽에 붙어 있는 매미가 눈에 들어왔다. 매미를 보느라 장자는 잠깐 활쏘기를 멈춘다. 그 순간 장자는 매매 뒤에 사마귀 한 마리가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파리 사이로 몸을 숨긴 사마귀가 매미를 낚아채려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마귀와 매미의 먹고 먹히는 관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장자는 자기가 화살로 쏘려 하던 그 새가 바로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 사마귀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장자가 화살로 노리던 새와, 그 새가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는 사마귀, 그리고 그 사마귀가 잡아먹으려고 다가가는 매미, 동물이나 곤충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살펴보면 인간 사회도 이렇게 먹이사슬로 얽히고설켜 있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활을 든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장자는 새를 노리던 화살을 거두고 숲을 떠나갔다.

누가 봉오리를 열어 꽃을 만발하게 하는지, 누가 껍질을 깨어 병아리를 나오게 하는지, 그날과 그 시간을 누가 결정하는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노리거나, 그 노리는 것의 표적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먹고 먹히는 그 사슬을 떠나 홀연히 숲을 떠난 장자처럼 나 또한 활을 놓고 떠날 수는 없을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먹고 또 먹히는 세상의 사슬로부터 풀려나 창공을 훨훨 날아갈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누가 그 봉오리를 열게 할 것이며, 누가 나를 에워싸고 있는 껍질을 깨어 내 안에 숨어 있는 새를 걸림 없이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숲을 떠난 장자처럼 거침없이 창공을 날아가고 싶은 날, 그러나 영문도 모르는 채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와 달리,

그날과 그 시간을 결정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글출처 : 나의 치유는 너다(김재진, 쌤앤파커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