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눈 왔다.
어젯밤 새들은 어디서 잤나?
파랗게 갠 하늘이 배달해준
편지에 녹아
나무들의 울고 있다.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 때문에 새들이 걱정될 때가 있다. 날개가 다 젖은 채 그 아이들은 어디서 잤을까? 잠버릇 나쁜 아이들은 나무 밑으로 떨어지지나 않았을지? 그 가벼운 것들이 저렇게 쌓인 눈을 어떻게 견디어내었을까?

   눈은 언제나 침묵 속에 내리고 쌓인다.

   예크하르트 톨레는 ‘침묵은 현존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이니 누군가의 말을 듣거나 읽으면서 단어 사이에, 또는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침묵을 인식하고 그 틈새를 인식하라’고 했다.

   침묵의 틈새는 어떤 것일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눈이 데리고 온 침묵 사이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거나 느낄 때가 있다.

   그림을 감상할 때, 또 시를 읽을 때 우리는 행간의 의미, 여백의 의미에 주목할 때가 있다. 침묵 또한 그런 여백 같은 건 아닐까?

   매일매일 분주한 일정으로 짜여 있는 우리의 삶은 여백이 없다. 그래서 자주 우리는 숨이 막힌다는 말을 토해낸다. 그렇듯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침묵을 누릴 수만 있다면 인생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된다.

   고요……

   말없음표의 그 비어 있는 여백이 현존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하는 톨레의 지적을 옳다. 쌓이는 눈을 보라. 침묵의 커다란 울림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여백, 삶의 틈새를 찾아낸다.

글출처 : 나의 치유는 너다(김재진, 쌤앤파커스) 中에서……